원·달러 환율 1500원 시대, 정말 서학개미가 원인일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유지하면서 환율 상승의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해외 주식 투자에 적극 나선 이른바 '서학개미'를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올해 환율 급등의 배경은 지난해와 상당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환율 상승, 서학개미 영향 있었나?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금융시장 전망과 자산배분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원화 약세에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확대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해외 주식 매수 규모가 급증하면서 달러 수요가 크게 늘었고, 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연구원은 당시 원화 약세의 상당 부분이 국내 자본 유출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기술주와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 열풍이 거세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달러 매수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2026년 환율 1500원 돌파 원인은 달랐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환율 상승의 핵심 요인은 글로벌 변수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달러 강세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자극하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했다.
즉, 올해 초 환율 상승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보다는 국제 금융시장 환경 변화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새로운 변수
더 주목할 부분은 4월 이후 나타난 변화다.
해외 주식 투자 증가세는 이전보다 둔화됐지만 환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 시기 환율 상승 압력의 상당 부분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자금을 회수하면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해외로 이동시켰고, 이것이 원화 가치 하락을 유발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5월 한 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 규모는 약 42조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대규모 자금 유출은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6월 이후 환율 상승, 국내외 요인이 동시에 작용
6월 들어서는 상황이 더욱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내 수급 불안 요인과 글로벌 달러 강세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1500원대 환율은 단순히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적 현상에 가깝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 환율 급등을 '서학개미 책임론'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반기 다시 떠오르는 서학개미 변수
다만 하반기에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글로벌 대형 기업공개(IPO)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수요가 다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 상장 이후 국내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수세가 확인됐다. 여기에 AI 산업을 대표하는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대형 기술기업의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해외 투자 열기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해외 주식 투자 수요가 다시 급증할 경우 달러 수요 확대와 함께 원·달러 환율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점
현재 환율 상승은 단순히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때문만이 아니라 글로벌 달러 강세, 지정학적 리스크, 외국인 자금 유출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서학개미가 환율을 올렸다'는 단순한 프레임보다는 국내외 자금 흐름과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핵심 요약
지난해 하반기 환율 상승에는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투자 확대가 영향을 미침
올해 1분기 환율 상승은 달러 강세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도
4월 이후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가 주요 변수로 부상
현재 1500원대 환율은 국내외 복합 요인이 작용한 결과
하반기 오픈AI, 앤트로픽 등 대형 IPO가 해외 투자 수요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