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주가 440% 폭등, 1년 만의 화려한 부활 비결은?
한때 적자에 허덕이며 '반도체 명가의 몰락'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인텔이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 1년여 만에 주가가 4배 넘게 뛰면서 시장의 시선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도대체 인텔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주가 그래프가 보여주는 극적인 반전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을 사들이기 직전 주당 24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인텔 주가는 최근 130달러를 넘어섰다. 1년 사이 440% 가까이 오른 셈이다. 결정적 기폭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애플이 미국 내 반도체 설계·제조를 위해 인텔과 손잡기로 했다고 알리자, 인텔 주가는 하루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주가 상승 덕분에 정부 보유 지분 가치가 600억 달러 이상 불어났다며 직접 성과를 내세우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인텔의 최대 주주가 된 이유
이번 반전의 출발점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제조 시설을 다시 미국으로 끌어오겠다는 기조 아래, 반도체법(CHIPS Act) 보조금 지급을 지분 투자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약 89억 달러를 투입해 인텔 지분 10%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비슷한 시기 일본 소프트뱅크도 20억 달러를 투자해 주요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엔비디아 역시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힘을 보탰다.
빅테크들이 줄줄이 인텔 문을 두드리는 까닭
정부 지원에 더해 실질적인 수주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자체 설계한 인공지능 칩 텐서프로세싱유닛(TPU)을 300만 개 이상 생산해달라며 인텔에 위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반도체 위탁생산을 사실상 TSMC에 전적으로 맡겨온 엔비디아도 그래픽처리장치(GPU) 4개를 통합한 신형 프로세서 개발에 인텔의 공정 기술을 시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참여하는 신규 반도체 공장 '테라팹' 역시 인텔의 14A 공정을 기반으로 2029년 양산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 능력 부족이 이런 흐름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월가 애널리스트는 공급이 빠듯해진 환경 때문에 평소라면 인텔을 거들떠보지 않았을 고객사들조차 이제는 진지하게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고 짚었다.
AI 반도체 대세가 GPU에서 CPU로 옮겨가는 흐름
인텔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또 다른 변수는 AI 반도체 수요의 구조적 변화다.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단계에서는 GPU가 효율적이지만, 이미 학습된 모델이 답을 추론해내는 단계로 갈수록 복잡한 연산 처리에 강한 CPU의 역할이 커진다는 것이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4월 실적 발표에서 CPU가 AI 시대의 핵심 기반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으며, 이는 고객사들로부터 직접 듣고 있는 이야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경쟁사 AMD의 추격이 거세졌다고는 하나, 인텔은 여전히 전 세계 서버용 CPU 출하량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1위 업체다. 시장조사업체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는 데이터센터용 CPU 시장이 올해 250억 달러에서 2030년 600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8%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립부 탄 CEO의 '메스'를 든 구조조정
수요 측면의 호재만큼이나 회사 내부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3월 취임한 탄 CEO는 취임 4개월 만에 전체 인력의 3분의 1을 감원하는 강수를 뒀다. 독일과 폴란드에 짓기로 했던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고, 기존 생산 시설은 통폐합했다. 한때 매각설까지 돌았던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 대해서도 탄 CEO는 취임 직후부터 사업을 반드시 지속하고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최근에는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대표를 파운드리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하며 후공정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 30년 경력의 공정 전문가인 이 부사장의 합류로 SK하이닉스와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다.
장밋빛 전망 속에 남아있는 변수들
다만 인텔의 부활을 곧바로 '완성'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인텔의 주가는 올해 예상 실적 대비 130배에 달하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데, 이는 닷컴버블 당시 최고치였던 60배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짚었다. 또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대형 클라우드 업체들이 저마다 자체 칩 설계에 뛰어들고 있어 경쟁 강도는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다. 미국 정부가 대주주라는 사실 자체도 양면적이다. 인텔은 정부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면서 미국 이외 지역에서 외국 보조금 관련 규제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증권당국에 직접 보고하기도 했다.
정리하며
정부 지원, 빅테크와의 협력, AI 반도체 수요 구조 변화, 그리고 강도 높은 내부 개혁까지 — 여러 호재가 동시에 맞물리며 인텔은 1년 만에 시장의 평가를 완전히 뒤집었다. 다만 지나치게 높아진 밸류에이션과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구도는 여전히 투자자들이 주시해야 할 리스크로 남아 있다.
※ 이 글은 최근 보도된 인텔 관련 기사들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