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주저앉는데 상장사 90%는 웃었다…돈은 코스닥과 비(非)반도체로 몰렸다
지수는 내렸는데 왜 대부분 종목은 올랐을까
최근 두 달간 코스피 지수만 보면 시장이 무너진 것처럼 보인다. 9000선까지 올랐던 지수가 6000선 초반까지 밀려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수와 별개로 개별 종목의 흐름을 뜯어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8월 들어(8월 3일~10일) 코스피 상장사 917곳 가운데 약 90%에 해당하는 823곳의 주가가 상승했다. 하락한 종목은 94곳(10.2%)에 불과했다. 지수만 보고 "증시가 무너졌다"고 판단하면 실제 시장 분위기를 놓칠 수 있는 이유다.
이런 '지수와 종목의 괴리'는 특정 대형주 몇 개가 지수를 과도하게 흔들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반도체 대형주, 이번엔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 괴리의 핵심 원인은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두 종목은 같은 기간 각각 -12.4%, -17.4%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 6월 고점을 찍은 뒤 7월 말까지 삼성전자는 27%, SK하이닉스는 41% 급락한 상태였는데, 그 하락 압력이 8월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낮아지고 있다. 6월 말 58.9%로 정점을 찍었던 비중은 현재 46.0%까지 내려왔다. 반도체 쏠림이 완화되면서, 역설적으로 지수는 흔들려도 나머지 종목들이 숨 쉴 공간이 생긴 셈이다.
코스닥은 아예 다른 장을 보내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더 극적인 반등을 보였다. 지난 4월 1200선이었던 지수는 7월 말 600대 초반까지 반토막 났다가, 이날 6.97% 급등하며 854.47로 마감했다. 8월 한 달 사이에만 매수 사이드카가 세 차례나 발동될 만큼 상승 속도가 가팔랐다.
종목별로 보면 상장사 1732곳 중 1583곳(91.4%)이 8월 들어 상승했고, 평균 등락률은 +13.2%로 코스피(+8.0%)를 크게 웃돈다. 특히 화장품 기업 '본느'는 LG그룹 창업주 일가의 인수설이 퍼지며 한 달 새 주가가 270%에 가깝게 뛰었다. 코스닥 전체 종목의 60%인 940곳은 8월에만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자금이 몰린 업종들: 건설·2차전지·헬스케어·철강
반도체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여러 업종으로 고르게 흩어지고 있다.
건설주: GS건설(+48.8%), 대우건설(+32.3%) 등 큰 폭 상승
2차전지: 두산퓨얼셀(+35.9%), 삼성SDI(+21.3%) 급등
헬스케어: KRX 헬스케어 지수 +20.2%
철강·에너지화학·기계장비: 관련 지수 모두 10%대 상승률 기록
특정 종목 한두 개가 아니라 업종 전반에 걸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두 달 전, 6월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이 흐름은 불과 두 달 전과 비교하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코스피가 9000선을 향해 질주하던 6월에는 삼성전자(+5.4%)와 SK하이닉스(+13.6%)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지만, 정작 코스피 상장사 중 주가가 오른 곳은 130곳뿐이었고 793곳은 하락했다. 코스닥은 소외가 더 심해서, 10곳 중 9곳꼴인 1532개 종목이 하락했다.
즉 6월은 '반도체 두 종목만 오르고 나머지는 소외되는 장세'였다면, 8월은 정반대로 '반도체는 쉬고 나머지가 오르는 장세'로 뒤바뀐 셈이다.
전문가 시각: "건강한 조정"이지만 반도체 복귀가 관건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과도하게 쏠렸던 코스피의 '착시'가 풀리고, 자금이 소비재·2차전지·바이오·방산·코스닥으로 재분배되는 건강한 조정 국면으로 해석한다. 다만 지수 자체가 박스권을 벗어나 다시 추세적 상승으로 돌아서려면 결국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시장의 관심은 두 반도체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에 쏠려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연 100조원 이상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되고, SK하이닉스도 3분기 중 대규모 주주환원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iM증권 김준영 연구원은 지수 반등의 열쇠는 결국 반도체 업종의 반등이며, 만약 반도체가 다시 힘을 받지 못한다면 당분간 지수는 횡보하는 가운데 개별 종목 위주의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마무리: 지수만 보지 말고 순환매 흐름을 봐야 할 때
지금 시장은 '지수는 부진하지만 개별 종목은 오르는' 전형적인 순환매 국면에 가깝다. 반도체 대형주 두 종목이 지수를 눌렀을 뿐, 실제 자금은 건설·2차전지·헬스케어·코스닥으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코스피 지수 하나만으로 시장을 판단하기보다, 어떤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정책 발표 시점을 함께 주시할 필요가 있다.
※ 본 게시글은 2026년 8월 10일 기준 국내 증시 흐름을 정리한 것으로, 투자 판단의 참고 자료일 뿐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