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긴장 재점화, 한국 정유업계 "9월이 진짜 고비"
당장은 괜찮다, 그런데 왜 다들 9월을 걱정할까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다시 불거지면서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감이 재차 높아지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와 정부 당국도 원유 수급 상황을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문신학 차관 주재로 정유·해운업계, 한국석유공사가 참여하는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중동 정세가 국내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장의 원유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부와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하지만 신규 구매 계약이 본격화되는 9월 이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왜 한국이 흔들릴까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약 2,00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와 석유제품이 오가는,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병목 구간이다. 한국은 원유 수입량의 약 70%를 중동산에 의존하고 있어, 이 해협의 통행 여건이 나빠지면 그 여파가 국내 에너지 수급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재까지 해협이 완전히 봉쇄된 상태는 아니지만, 일부 유조선이 항로를 바꾸거나 운항을 취소하면서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단기 물량은 확보... 두 배 이상 쌓아둔 재고
다행히 국내 정유사들은 7~8월분 도입 물량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다. 특히 올해 확보된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많은 수준이라, 단기적인 생산·공급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우회 공급망 일부도 이미 마련돼 있다.
문제는 이런 '완충 재고'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재고만으로 버티기 어려워지고, 결국 신규 계약 시점의 조달 여건이 관건이 된다.
우회로도 한계... 선박 간 환적(STS)마저 어려워지는 이유
사태 장기화 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대체 운송 경로의 한계다. 우회 항로나 송유관만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물량 전체를 대신하기 어렵다. 긴장이 이어질수록 중동산 원유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는 곧 원유 프리미엄 상승으로 이어진다.
최근 정유업계가 활용해 온 조달 방식 중 하나가 선박 간 환적(STS, Ship to Ship)이다. 중동 산유국에서 국내로 직접 운송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호르무즈 해협을 이미 통과한 유조선에서 다른 배로 원유를 옮겨 실어 위험 구간 운항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방식은 운송 시간과 비용이 모두 늘어나는 비효율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이란이 해협 통제 가능성을 거듭 언급하면서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수 자체가 줄어들면, 환적에 쓸 선박을 구하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종전 협상 국면에서는 가격 경쟁력 있는 중동산 원유 확보를 위해 환적까지 동원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 여의치 않다고 전하며 9월 이후 신규 계약 물량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환율 동반 상승... '고비용 조달' 현실화 가능성
중동 리스크는 이미 국제유가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국내 정유사가 주로 도입하는 두바이유는 이달 초 배럴당 63달러 선까지 내려갔다가 중동 긴장 재점화와 함께 7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같은 흐름으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오르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원유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국내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유가 상승, 원유 프리미엄 확대, 환율 상승이라는 세 가지 부담이 동시에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원가 상승 압박은 결국 휘발유·경유 가격, 물류비, 제조원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 시각: "물량보다 가격이 새로운 리스크"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로선 원유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면서도, 중동 정세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실시간 점검 체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문신학 차관은 중동 정세 불안이 상시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원유 도입선을 지속적으로 다변화하고,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안보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연구원의 빙현지 전문연구원은 긴장과 완화가 반복되는 상황 자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며, 앞으로는 단기 수급보다 상시적인 가격 변동성과 조달 비용 상승에 대비한 비축·도입선 관리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당장 원유를 못 구하는 상황"이 아니라, 중동 리스크 장기화로 원유 프리미엄·운송비·환율이 동시에 오르는 고비용 조달 구조가 고착화되는 상황이다. 물량이 아니라 가격이 한국 에너지 안보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요약: 지금 알아둬야 할 3가지
✅ 7~8월 원유 물량은 이미 확보 — 단기 수급 불안은 제한적
⚠️ 진짜 고비는 9월 — 신규 계약분부터 조달 여건 변화 가능성
📈 핵심 변수는 '가격' — 두바이유 상승, 환적 비용 증가, 원·달러 환율까지 겹치는 고비용 조달 리스크
이 글은 2026년 7월 13일 기준 산업통상자원부 및 정유업계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경제 분석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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