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세제개편안, 한국 부동산 시장과 경제는 어떻게 바뀔까
"주택 수"에서 "얼마짜리 집에, 얼마나 실제로 사는가"로.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같은 보유세는 무거워지고, 양도소득세·취득세 같은 거래세는 가벼워지는 방향으로 큰 틀이 짜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부동산 시장과 한국 경제 전반에 어떤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전문가 토론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봅니다.
2026 세제개편안, 무엇이 달라지나
이번 개편안의 방향을 이해하려면 세 가지 축을 짚어야 합니다.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 — 집을 갖고만 있는 데 대한 세금은 늘리고, 사고파는 행위에 붙는 세금 부담은 줄이는 구조입니다.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 몇 채를 가졌는지가 아니라 집값이 얼마인지를 과세의 중심에 두는 방식입니다.
보유 중심에서 실거주 중심으로 — 오래 갖고 있었다는 사실보다 실제로 그 집에 살았는지를 세제 혜택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13일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도 참여한 세제 전문가 다수가 이 세 가지 방향성 자체에는 대체로 공감을 표했습니다. 다만 세부 설계, 즉 '각론'으로 들어가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왜 '거주·가액 중심'이 패러다임 전환으로 불리나
동국대 강경훈 교수는 이번 개편을 두고 부동산 세제의 "커다란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실거주자의 보유세 부담은 오히려 낮아지는 반면, 실거주하지 않는 고가주택 보유자에게는 세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초고가 주택에만 세금을 무겁게 매겨도 이른바 '주택 피라미드'의 꼭대기가 막히면, 그 아래 상급지·중급지로 연쇄적인 가격 조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이 효과는 단기간에 체감되기보다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단서가 붙었습니다.
한양대 강성훈 교수 역시 주택 수 기준을 가액 기준으로 바꾼 점을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동시에 세 부담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임대 시장이 불안정해지거나, 초고가 바로 아래 가격대 주택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습니다.
고령층 매물 잠김 현상, 이번엔 풀릴까
이번 개편안에서 특히 주목받은 대목은 고령 1주택자의 지방 이주에 대한 양도소득세 한시 감면과 지방 세컨드홈 특례를 비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 조치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문윤상 부동산연구팀장은 이 부분을 이번 개편안에서 가장 긍정적인 요소로 꼽았습니다.
배경에는 서울 주택의 상당수를 고령층이 쥐고 있다는 현실이 있습니다. 서울 주택의 40% 이상을 만 60세 이상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들이 집값 상승 기대감에 눌러앉으면서 정작 서울에서 거래될 수 있는 매물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 시장의 오래된 문제였습니다. 강경훈 교수도 비슷한 맥락에서, 강남·서초 등 핵심지에 거주하는 고령층이 외곽으로 옮기지 않고 오히려 전세를 놓는 방식으로 눌러앉으면서 정작 직주근접이 필요한 젊은 세대와의 미스매치가 굳어지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세제개편이 이 고령층의 이주를 자극한다면, 신규 공급 없이도 기존 주택의 순환 거래를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KDI 측 시각입니다.
전문가들이 짚은 리스크: 매물 잠김과 거래 절벽
긍정적 평가와 별개로,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두 가지 부작용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동결 효과(매물 잠김) : 양도소득세 개편으로 세 부담이 낮아지는 조건이 까다로워지면, 오히려 집주인들이 매도를 미루면서 매물이 줄고 가격이 오히려 오를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다주택자 중과 완화 종료 이후의 거래 절벽 :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매도할 퇴로를 열어준 것은 긍정적이지만, 유예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다시 거래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 때문에 세제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이 효과를 내려면 세제만으로는 부족하고 주택 공급 대책이 함께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세금으로 수요를 조절하는 정책과 실제 공급을 늘리는 정책이 맞물리지 않으면, 조세 정책의 효과 자체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민단체의 반박: "본질은 그대로, 예외만 늘었다"
모든 평가가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참여연대는 이번 개편안을 공정 과세를 내세우면서도 핵심 과세 제도의 정상화는 미루고 예외와 특례만 넓힌 조치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1세대 1주택자 비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린 결과, 시가 20억원 안팎의 고가주택 보유자까지 종합부동산세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참여연대가 진행한 자체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시가 30억원짜리 집 한 채에 실거주하는 사람의 종부세가 시가 20억원짜리 집 두 채를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보다 오히려 적어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거주공제와 고령공제를 최대치로 합산하면 이 격차는 더 벌어진다는 분석입니다. 참여연대는 이를 두고 실거주 혜택이 오히려 '똘똘한 한 채' 선호를 강화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ISA 개편 등 다른 자산 이슈도 변수
부동산 외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개편도 논쟁거리입니다. 기존 가입자에게 돌아가는 세제 혜택이 줄어드는 방향이라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상당한 상황인데, 재정경제부 측은 입법예고 기간에 접수되는 의견을 반영해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회로 넘어가면 무엇이 달라질까
정부는 이달 20일까지 입법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인데, 이례적으로 8000건이 넘는 의견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여당 내부에서도 조심스러운 우려가 나오고 있어, 지금 발표된 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세율, 공제 구간, 유예 기간 같은 세부 수치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상당폭 조정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정리: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눈여겨볼 지점
이번 세제개편안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몇 채를 가졌는가'보다 '얼마짜리 집에, 실제로 살고 있는가'가 세금의 기준이 된다는 것. 실거주 1주택자에게는 우호적인 방향이고, 비거주·고가·다주택 포지션에는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다만 세부 조항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계속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매도·매수 타이밍을 계획 중이라면 최종 입법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세부 조건 변화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다주택자 중과 한시 완화의 종료 시점과 양도소득세 장기보유·거주 특별공제 개편안은 실제 세 부담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개인 상황에 맞춰 세무 전문가와 상담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이 글은 2026년 8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정책토론회 및 관련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분석 콘텐츠이며, 개별 세무·투자 판단의 근거로 사용하기보다는 참고용으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